발단은 초라한 성적표였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서 2승2패를 기록, 조 3위에 그쳤다. 2013년,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다. 특히 호주, 일본전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부분이 크다. 국내외 언론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서 ‘참사’라는 표현이 쏟아졌다. 그간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선배들도 이번만큼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대표팀에) 쓴 소리 해 달라. 그리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조금 더 독하게 회초리를 든 이도 있다. 양준혁 해설위원이 대표적이다. 11일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전날 열린 한일전을 돌아보며 “내가 본 경기 중 최악이다. 지금까지 국제대회를 하면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번은 아니었다”고 일갈했다. 수장 이강철 감독을 향한 비난의 화살도 서슴지 않았다. “명백한 이강철 감독의 패착”이라면서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전략을 짠 건지 모르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호주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고 발언했다.가까이에 있던 이들이기에,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에겐 더 아프게 느껴졌을 터. 주장 완장을 찼던 김현수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13일 중국전을 마친 뒤 “대표팀을 경험했던
선배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분들이 대표팀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특정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같은 야구인’이라는 대목에서 팬들은 양준혁 위원을 떠올렸다.
야구계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 WBC는 단순한 1라운드 패배가 아니다. 높은 몸값을 받으며 귀한 대접을 받던 이들이 세계무대로 나가자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팬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가운데, 집안싸움까지 벌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중이다. 새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는 설렘보단 우려가 크다. 보다 못해 박재홍 해설위원이 나서 중재에 나섰다. SNS 채널을 통해 “양쪽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며 각자 처한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책임소재를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한국야구를 발전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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